참가후기

정수정(Cathedral High School 2014년 졸업,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Uni…

작성자 KEF
작성일 18-01-16 14:24 | 조회 16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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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끝자락, 나는 여태까지 한 결정들 중에 힘들지만 설레는 큰 결정을 내렸다. 그건 바로 유학이었다. 물론 예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던 나는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었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어찌어찌 학교를 다녔지만, 공부에 의욕도 없었고 내가 너무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유학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는 분한테 우연히 Nacel Open Door 프로그램을 소개받았고, 한국 고등학교의 1년이 끝나자마자 이 프로그램을 통해 Springfield, MA 로 즉시 향했다. 

처음 미국 땅을 밟고 간 학교에서는 정말 적응해야 할 것이 많았다. 영어로만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친구 사귀는 문제, 쉬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숙제를 안 해가면 어떻게 되는지... 사소한 것부터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아팠었다. 내가 유학 간다고 했을 때 모두 다 힘들 것이라고, 왜 굳이 모험을 하냐고 나를 말렸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그 정도로 힘들까 했는데, 그 정도도 아니고 그 정도 이상으로 힘들었다. 

맨 처음 클럽 활동이나 운동 활동을 참여하려면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나는 특별히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활동들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활동들을 개최하는 사람들은 재능에 관계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원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클럽 활동과 운동에 참여하기 수월했다. 방과후 활동들은 활동 인원들이 자기 클럽을 권장하거나, 그 클럽을 개최하는 선생님들이 먼저 스카우트 제의를 하기도 해서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또한, 가끔 학교 방송에서 특정 클럽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어서, 평소에 학교 방송을 잘 들어보면 원하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통 이런 방과후 활동들은 한 학기에 2~3개씩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과 방과후 활동하는 시간을 잘 조율하면 보다 더 적게, 혹은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옛날부터 워낙 노래 부르는 것과 연기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활동을 한 번쯤 해보는 게 늘 소원이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학교에서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연극과 choir 콘서트를 하는데 당시 음악수업을 듣던 나는 선생님으로 부터 연극과 콘서트 제의를 모두 다 받아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작은 배역이었지만 학교에 있는 무대가 꽤 커서, 내 가슴을 충분히 뛰게 해주었다. 

또한 방과후 활동을 참여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거나 내 호기심을 유발하는 활동들은 무조건 했다. 배운 적이 없어도 일단 부딪혀봤다. 예를 들면 축구나 밴드 같은 것들은 나에겐 그에 관한 상식이 없었고 늘 눈여겨만 봤었다. 아무리 지식이 없어도 감독님들이나 책임자들이 차근차근 알려주기 때문에, 내 경험을 더 넓혀 갈 수 있었다. 비록 하고 보니 나한테 안 맞아서 오래 하지 않은 활동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좋은 호스트를 만나는 것도 내가 운이 좋아서인지 수월한 편이였다. 내 호스트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친해진 친구의 가족이어서 교통편도 수월했고 적응하기도 수월했다. 물론 가끔 문화적 차이가 드러나는 경우나 갈등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화로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그러면 오해도 안 생기고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싸울 일이 점점 줄어갔다. 이런 갈등 외에 호스트 가족이랑 지낼 때는 최대한 배려를 하고, 고맙다는 표시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또한, 가족 행사 같은 것에 참여를 많이 하고 예의를 언제나 갖추면 호스트와의 문제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의도치 않게 호스트 가족이 나에게 섭섭한 행동을 했다면, 그 때는 많이 서운해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마음으로 흘려 보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나 나는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이라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 사실 한국에만 있는 물건들이나 간식, 예를 들면 초코파이 같은 것을 가져가면 순간적인 인기를 끌 순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계기는 못 된다. 그래서 나는 방과후 활동을 통해서 친구들을 많이 만났으며(호스트 가족도 같은 활동을 하는 친구의 가족이었다.), 친하진 않더라도 일단 질문을 많이 하고 웃는 인상을 보이면 어느 순간 친구가 되어있었다. 물론 요즘 한류가 미국까지 뻗어나가서 그것을 통해 친해질 수는 있지만, 그건 좀 드문 케이스였다. 결국엔 친구 사귀는 데에는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최대한 말을 많이 붙이면, 시간이 좀 걸려도 친구가 생기게 되어있다. 그러니깐 말을 많이 걸고 최대한 부딪혀보길 바란다. 

유학하는 도중 또 힘들었던 것은 공부였다. 한국어로 해도 어려운데 영어로 된 책을 보며 영어로 된 강의를 들으면서 어떻게 처음부터 노력 없이 제대로 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못 알아들으면 무조건 물어보자 라고 내 나름대로의 법칙 아닌 법칙을 세웠다. 처음 유학 가서 수업을 들을 때 당시의 나는 쑥스러움을 좀 타서, 수업시간에 재대로 질문을 못했다. 하지만, 수업시간 도중에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종이에 노트를 해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선생님들한테 여쭤봤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들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만약 설명을 좀 더 길게 하셔야 한다고 판단을 하시면, lunch study(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 점심을 먹는 시간이 25분씩 있었는데, 점심시간 자체를 4개로 나눠서 1개는 점심 먹는 시간, 2개는 수업시간, 나머지 1개는 자유시간, 즉 lunch study였다.) 때 찾아오라고 하거나 학교가 끝나고 찾아오라고 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가면 선생님들은 언제나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좀 더 내가 공부하기 수월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이런 식으로 선생님들한테 도움을 요청 하다 보면, 선생님들은 자연스럽게 그 학생을 성실하고 열심인 학생이라고 각인한다. 또한 그렇게 여쭤보다 보면, 꼭 마음이 맞는 선생님들은 두 세분은 생겨서, 학교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나중에 추천서를 부탁할 때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간혹 가다 튜터(개인과외 선생님)를 구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는데,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개인과외를 받는 것에 반대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학교 선생님들과 대화를 해가며 배워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공부, 친구 사귀는 법, 호스트 가족 문제 모두 다 유학 중 힘든 과정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힘든 것은 향수병이었다. 향수병이 왔다고 한국을 마음대로 갈 수 없기에 제일 극복하기 힘들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한국 예능을 인터넷에 찾아서 한없이 웃거나, 가족과 연락함으로써 풀었다. 물론, 시간이 약이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가게 놔두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그게 힘들기 때문에 한국에서 봤던 TV 프로그램이나 한국 노래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미국 입시에서는 많은 것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GPA 점수와 SAT 점수가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GPA점수는 나쁘지 않게 받았지만, SAT가 정말 막막했다. 요즘은 SAT 대신에 ACT로도 많이 대체하지만, 나는 ACT를 너무 늦게 알아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SAT는 나 때만 해도 Reading, Grammar(essay포함), Math였는데, ACT는 이 외에도 과학을 포함한다.) 

SAT 는 Grammar하고 Math 점수 올리기는 비교적 쉽지만, Reading은 정말 올리기 힘들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Reading에서 점수를 많이 못 올리고, 나도 많이 힘들어했다. 단어를 많이 외우면 Reading 점수가 올라가긴 하지만, 단어만 외우고서 점수가 엄청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엔 연습을 많이 해봐서 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점수가 그렇게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점수가 계속 올라가긴 했었다. 그렇게 여름방학 때 한국에 들어와서 틈틈이 SAT공부를 했고, 입시 준비를 차근차근 했다. 

12학년 1학기 때는 연극 준비에다 콘서트 준비에다 자기소개서도 쓰고 SAT준비도 하고, SAT2도 준비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고, 대학 합격 발표가 나왔을 때의 그 기쁨과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졸업식까지 마치고 내가 유학했던 3년 반을 생각하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의 어려움 같은 힘든 일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럴 때마다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나를 다독이고 일어섰던 것 같다. 유학이라는 건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배운 게 많았기 때문에 후회 하지 않는다. 

요즘 유학 가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막연히 가고 싶어하거나 가려고 하는 학생들을 종종 본다. 아니면 자기의 의지가 아닌 부모님의 의지로 등 떠밀려 유학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학은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정말 자기가 왜 가고 싶은지, 후회 안 할 자신이 있는지를 깊게 생각 해야 한다. 정말 가서도 열심히 하고 유학이라는 좋은 기회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야지 비로소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나는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워낙 언어를 배우기 좋아해서 많은 언어를 배우려는 것이 가장 컸다(미국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경험을 하고 독립심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후회는 전혀 없다.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정말 충분히 고려해보고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