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엄동진(교환학생 제 22기) – Warroad High School

작성자 KEF
작성일 18-01-16 14:47 | 조회 110,660

본문

 

066a475b315df88cdec8d667b737abb8_1516081657_5906.jpg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나의 1년 

교환학생으로서의 생활을 기대 반 걱정 반 머릿속으로 꿈꾸면서 지원 절차를 밟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개월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한국에 있는 것이 내심 시원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미국 중부 미네소타 주에 있는 Warroad High School에 10학년인 Sophomore로 1년간 생활하였으며, 그 근처 마을인 Roosevelt에서 호스트 패밀리와 생활하였습니다. 

2009년 9월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그때까지는 얼굴도 몰랐던 호스트 패밀리가 사는 곳으로 갔습니다. 혼자 타보는 비행기는 처음이라 떠나기 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길을 물어가며 다행이 Bemidji 공항에 제대로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호스트 부모님과 먼저 도착해 있던 같이 배정된 중국교환학생을 만났는데, 그 때 속으로 좋은 호스트를 만난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만큼 두분 다 첫인상이 좋으셨고 제 추측은 틀리지 않았었습니다. 공항에서 만난 첫 날, Walmart에 가서 몇 가지 생필품을 사고 Pizza hut에서 저녁을 먹으며 호스트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몇 시간 운전 끝에 집에 도착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멀리까지 pickup하러 와 주신 호스트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먼저 학교 생활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나와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은 호스트 엄마와 함께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문이 닫혀있어 그냥 가려던 순간, 학교 US History 선생님을 만나 미리 학교를 투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한국과는 많이 달랐던 게 사실이었고, 미리 학교 투어를 했음에도 한동안은 학교 안에서 길 찾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학교 첫 날, 교과목 시간표를 짜기 위해 점심시간 때까지 카운슬러 방에서 머물렀습니다. 새 학기인지라 우리 말고도 미국 학생들로 분주한 곳이었습니다. 그때서야 미국 학교 생활이 실감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분께서 수업이 있을 교실에 직접 데려가서 보여주셨고 점심을 먹던 학생들 사이로 우리들을 앉혀서 소개까지 시켜주셨습니다. 그 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너무 빨라서 못 알아 듣고는 당황하기 일쑤였습니다. 

작은 규모의 마을이라 어렸을 때부터 서로 서로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라 낯을 조금 가리던 나는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공부 외에도 콰이어나 밴드, 방과 후에 했던 트랙, 체육수업 등을 들었던 게 많은 친구들을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어보는 것에 친절히 대답해주고 친근하게 다가와줬던 친구들. 나였어도 외국인 친구들한테 저렇게 대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많은 고마움도 느꼈습니다. 

수업은 7과목씩 매일 같은 수업을 했습니다. 첫 번째 학기에는 Environmental Science, Algebra I(우리 학교에는 그 해에 Algebra I과 Algebra III밖에 없어서 쉬운 과목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Algebra III을 들을 때 Algebra I에서 배웠던 여러 영어로 된 개념들과 용어들이 도움이 되기도 하더군요.), Study Hall, English 10, U.S. history, Concert band, Choir을 들었고, 두 번째 학기에는 Honors biology, Algebra III, Advanced Art, English 10, U.S. History, Competitive Sports, Choir을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기계를 다룬다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운다거나, 혹은 운전이나 요리를 배우는 등 흥미로운 과목들도 엄청나게 많았답니다. 내 생각으로는 무슨 수업이든지 간에 개인 노력의 여하에 따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나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밤까지 영어시간에 배우던 원서와 씨름했었고, 생물 수업에는 생소한 과학용어들로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지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갈 정도의 학생들이라면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_^! 

10개월간의 교환학생 생활은 길다면 긴 기간이지만, 나한테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그 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아쉬운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호스트 가족과는 Thanksgiving Day와 Christmas 휴가 때 일가 친척이 모두 모여 시간을 보내거나 Georgia 주에 살고 있던 호스트 부모님의 둘째 딸 집에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가족모임이나 생일 파티 같은 많은 사람들이 모일 기회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집 2층 거실에서 couch potato가 되어 밤늦게 까지 영화 보며 수다를 떨던 기억들이 납니다. 그 외에도 homecoming, frosty, prom 댄스 파티들, 여러 운동 경기들, burn fire와 함께 마당에서 했던 게임들과 marshmallow 구워먹기, 교환학생 모임, 교회에서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았던 기억, 밴드&콰이어 콘서트 등 친구들과 함께했던 추억들도 많이 생각납니다. 4개 학년이 모두 같이 들었던 콰이어는 특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었고. 평범한 한국고등학생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평범한 미국고등학생이 되어 겪어보는 것은 전혀 후회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이런 값진 경험을 원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하게 될 일에도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부모님과 Nacel Open Door 관계자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