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황준영 (Veritas Christian Academy 2009년 졸업, Georgia Tech 2016년 졸업)

작성자 KEF
작성일 18-01-16 14:32 | 조회 15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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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 친절하도록 하세요. 그렇다면 놀라운 일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現 영국 Imperial College London 박사과정 입학 

이 글의 제목은 미국의 토크쇼 호스트 코난 오브라이언이 NBC의 투나잇 쇼를 떠나면서 시청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방송에 재기해 다트머스 대학의 졸업 축사를 하며 그 해의 졸업생들에게 남긴 말로도 유명합니다. 제가 새로운 일을 하게 되고 주변의 사람들과 만날 때 꼭 마음속에 새겨두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13살 때 처음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진로와는 정말 다른 꿈이었지만 미국의 미술대학을 가고 싶어 한국을 떠나게 되었어요. 그렇게 익숙했던 집을 떠나 인디애나와 플로리다 학교를 거쳐 Nacel Open Door와의 인연으로 입학하게 된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Veritas Christian Academy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유학 생활 이야기는 다른 성공한 유학생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접해 유학생활 간 언어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저에게 고등학교 시절은 화려하지도 않고 그다지 수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저에 앞서 멋지게 성공한 유학생 선배님들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걸어 다니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종이에 제 생각을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항상 장래희망은 미술가였고 한국에서 예술중학교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미술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에 갈 때에도 저는 세계적인 미술대학을 갈 수 있다는 기회에 들떠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당시에는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제 꿈이 이루어질 줄 알았지요.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예술가로서 높게 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기회를 얻는 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미술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때의 학점과 대학 수능 시험인 SAT 점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는 자신의 실력과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와 take-home assignment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대학으로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Junior/Senior Art Portfolio나 AP Art와 같은 미술 수업이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11학년이 되기 전 Junior Art Portfolio를 이미 마쳤던 저는 AP Art를 들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학교에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많지 않아 수업을 마련해줄 수 없으니 1년만 기다려달라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1년이 지나 12학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바뀌며 미술 수업 지원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저는 그 동안의 포트폴리오로는 내가 원하는 미술 대학에 내 힘으로 입학을 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계속 미술대학만을 바라보고 준비를 하였기에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당시 가까이 지내던 학교의 물리 선생님이 저에게 공과대학이 의외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마침 AP Calculus와 AP Physics를 들으며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던 차에 당시 다니던 고등학교와 가깝던 조지아 공과대학에 지원을 하게 되었고 생각지 못하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대학 입학 후 자녀처럼 2년을 생활한 홈스테이 부모님은 저를 데리고 학교 투어를 시켜주시고 입학 선물로 노트북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건네 받은 아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들에게는 수년간 사용하던 노트북을 주고 저에게는 새 노트북을 선물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을 하셨습니다. “ 조지아 공대에 입학한 사람은 너란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게 다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마는 않았습니다. 대학에서의 환경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보다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막바지에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조금 느껴 공과대학으로 진학하기는 하였지만 주변에는 SAT 만점자, 미국의 탑 대학을 합격하고도 집이 가까워 입학한 신입생, 고등학교 수석 졸업생들로 수두룩하였습니다. 이런 학생들과 익숙하지 않은 전공에서 갑자기 경쟁하게 되고 또한 자율적인 수업 참가에 적응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학점은 바닥을 치고, 대학 생활은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1학년이 지나고 저는 군대에 입대하였습니다. 갈 때가 돼서 간다고 변명처럼 말하였지만 사실은 대학에서 벗어나고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군대 생활을 하면서 제가 본 것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제가 조지아공대를 다닌다고 하면 선임들은 이렇게 반응하였습니다: “유학생이야? 좋겠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 “그럼 미국 살아? 학생증 보여줘 봐”, “학생증 멋있다! 이게 네 이름 적힌 거야?”. 제가 그동안 원치 않는 진로를 택했다는 핑계로, 적응하기 힘들다는 핑계로 허비했던 유학생활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부러운 꿈으로, 오지 않는 특혜였던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전역 후 제 유학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저 보냈던 시절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복학을 한 이후에는 바닥을 쳤던 1학년 때의 학점을 만회하기 위해 학업에 집중하였습니다. 집중해야 할 건 학업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기회들을 잡고 싶었습니다. 1학년 때 놓쳤던, 졸업 전 이 학교에서 얻어 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지고 가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학년을 마치고는 프랑스에서 진행되는 여름학기에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되어 유럽을 여행하고 졸업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여름학기가 끝난 3학년 부터는 학과의 학생 연합회와 학교 내 교포 학생단체에서도 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여러 가지 장학금과 Resident Assistant, Teaching Assistant 등의 경험도 찾아다녔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저 자신을 대학 사회 내의 일원으로서 만들고 나니 재미없기만 하던 전공 공부도 점점 잘하게 되었고, 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과 내의 학부 연구 경험을 통해서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도 1학년 때 놓쳤던 학점을 다시 찾게 되었고, 대학원 지원시 제출했던 제 이력서에는 한 줄 한 줄 소중한 경험들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들은 면접 때 저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였던지 저는 졸업을 앞두고 제가 가장 가고 싶어 하던 영국의 Imperial College London으로부터 박사과정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는 고등학교 때의 진로가 좌절되었을 때나 대학교 1학년 때 허비했던 시절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때 시련을 겪지 않았다면 저는 뒤늦게 그 길을 갔을 것이고 그 결과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요? 시련은 그것을 다시 겪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시련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장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대학 내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제 자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제 저는 당장 내일 영국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습니다. 13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떠나기 전보다 훨씬 떨린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공항에서 저를 기다려주는 제 2의 부모님 같은 미국 호스트 가족도, 현지의 생활을 도와줄 Nacel 의 지역 관리자도 없습니다. 학부에서 하던 공부가 박사과정에서도 통할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민되는 만큼, 걱정하는 만큼 대학원을 떠날 때 그만큼 발전되어 있을 제 모습도 기대가 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제 현재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항상 될 것이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하려는 학생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놀라운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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