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나 (Xavier High School 2005년 졸업, U of Iowa 입학) - Here and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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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이었다. 지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플로리다 주를 떠난 후, 아이오와 주에서 새로이 참여하게 된 크리스찬 사립학교 프로그램. 11학년 2학기 첫날, 내 운명의 발걸음은 Xavier High School로 향했다. 영어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터였건만, Xavier에서의 첫날은 마치 미국 행 비행기에 올랐던 1년 전 그날처럼 떨리기만 했다.
Xavier는 플로리다의 공립학교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첫날부터 느낄 수 있었다. 엄격한 복장규율 때문인지 단정한 학생들의 옷 매무새가 한눈에 들어왔고 수업 전 분위기도 달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차이점은 과제의 양과 수업의 난이도였다고 강조하고 싶다. 플로리다에서는 6과목을 수강했었던 것에 비해 Xavier에서는 8개의 과목을 듣게 되었고, 그에 따른 숙제도 훨씬 많아졌다. 당시에 진학 상담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소위 “Honors courses”(보통 학생들보다 좀 더 난이도 있게 가르치는 우등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라고 불리는 수업들을 이수하라는 권유를 하셨다. 교환학생 시절에도 주요과목 서너 개 정도를 Honors로 들어본 경험상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조금은 망설였지만, 배짱 두둑하게 ‘까짓 거 한번 해 보는 거지 뭐’ 하는 마음가짐으로 대부분의 과목들을 우등과정으로 신청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평소에 느꼈던 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고, 그 결과 나름대로의 유학생활에 있어서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12학년이 되어서는, AP Calculus(미적분학)을 비롯하여 몇몇 AP 수업에(미국 대학의 몇 과목들을 고등학교에서 이수하게끔 하는 과정이다)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AP English Writing 이었다. 이 수업은 단순한 작문만이 아닌, 여러 장르의 고 난이도 문학을 읽고 이해, 주관적 의견을 관철하여 분석적인 에세이를 쓰는 것을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각 학교와 선생님에 따라서 수업지도 방식에 차이는 있겠지만 이 코스는 다른 졸업반 학생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바이다. AP English 시험을 치를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할 학생이라면 고급 작문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나에게 있어서 Xavier는 학습적인 면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합창단, 관현악단, 교내 뮤지컬 공연, 육상부, Speech(웅변부), National Honors Society(미국 내에서 3.5이상의 평점, 교사추천, 봉사활동 등 여러 가지 과외활동을 겸비한 학생들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 등의 일원으로 활동 하면서 건전한 교우관계도 발전시켰고, 공부하며 느끼는 스트레스도 해소시킬 수 있었다. 학습에 정진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요소는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과거에 다소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나에게 이러한 과외활동은 좋은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솔직히, 처음엔 전학생의 입장으로서 Xavier 학생들에게 다가가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음에 그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뭔가를 형성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가운데에 여러 가지 단체에 가입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학생들과 접하게 될 기회를 자연스레 가졌고, 그 중 몇몇과는 한국에서의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두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졸업식 날은 흔히 말하듯이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남색 졸업가운과 사각모를 쓰고 긴장된 마음으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졸업식장으로 입장하는 동안, 교환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난생 처음 가본 미네소타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놓친 일, 겁에 질린 채 미국 고등학교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던 날, 교환학생 호스트 패밀리와 함께 했던 즐거운 여행들, 대학 원서 준비 등. 총 2년 반 밖에 되지 않는 유학기간 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체험하고 느꼈기에 더욱 숨가쁘게 달려왔던 시간이었다. 동전에도 양면이 존재하듯이 유학생활은 내게 많은 것을 얻게 해주었지만 반면에 그로 인해 남는 아쉬움도 적지 않아 있었다. 고국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에 가끔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고,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지려 할 때마다 내가 이곳에 온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도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려 노력했다. 또한 대학진학 문제 등으로 심적인 부담에 시달렸을 때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기 보다 ‘Here and Now’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하자고 스스로 다짐해 나갔다. 지금까지의 유학생활은 앞으로의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리라 확신하며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나는 오늘도 힘찬 비상의 날개를 펼친다. 더 높은 고지를 향하여!
마지막으로 Nacel Open Door 재단의 크리스찬 사립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나의 두서 없는 수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지금까지 많은 애정으로 돌봐주신 국내 담당자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박예나
(Xavier High School 졸업, University of Iowa with Scholarship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