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후기

임승훈 (교환학생 제 26기) Harris County High School

작성자 KEF
작성일 18-01-16 14:51 | 조회 117,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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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 조지아 주에서 10개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10개월이라는 기간을 봤을 때는 긴 기간처럼 보이지만 저의 미국 생활은 정말 짧게 느껴졌습니다. 저에게는 엄마가 교환학생에 대한 설명회에 다녀온 후 “너 혼자 미국에서 살아볼 자신 있니?” 하고 물으시던 것이 엊그제 같이 느껴지는데 벌써 모든 것이 끝나고 다시 한국에 와있다는 것이 실감도 잘 나지 않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가족, 친구, 집을 떠나 혼자서 살아야 하는 10개월이 정말 길게 느껴질 것이란 제 생각과는 달리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 만큼 미국생활에 적응이 되면 생각보다 한국이 그립지도 않고 한국에서의 공부 스트레스는 잠시 잊고 열심히, 또 신나게 살다 보면 정말 남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호스트가족 배정은 제가 좀 운이 좋게 목사님 가정으로 가게 되어 다른 교환학생들이 겪었다는 불편한 문제들은 전혀 없이 10개월 동안 부족함 없이 잘 지냈습니다. 생각해보면 자녀가 넷이나 있는데도 저까지 호스트 하기로 결심해 저를 자신들의 아들처럼 잘 보살펴주신 정말 고마운 분들 입니다. 또한 한국의 옛날 씨족 사회처럼 외가와 친가가족들이 근거리에 있어 성탄절이나 부활절 날 우리나라의 명절처럼 온 가족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스트 아빠 위로 2대가 전부 레인져스 출신으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하신 적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해가 있으셔서 한국 음식도 가끔 먹어볼 기회도 있었고 더 통하는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호스트 가정의 남매들 중 셋째 형이 제가 있는 동안 결혼을 해 호스트 형의 결혼식도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이 곳으로의 방문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하셔서 시간이 지나고 제가 대학생이 되면 다시 찾아갈 계획입니다. 워낙 가족 수가 많아 방을 혼자서 쓰지는 못했지만 다들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셔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제 학교 첫 날, 저는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1,600명이 다니는 큰 학교에 동양인이 저 혼자 뿐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와서 말도 걸어주고 해서 제 걱정과는 달리 학교 첫날은 순조롭게 지나갔습니다.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줄 때 자신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시큰둥하게 반응한다면 우리가 그쪽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오해를 해 친구 사귀는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듭니다. 제가 간 지역은 남부 지역이라 흑인 친구들도 많이 있었는데 무서워 보이는 첫 인상과 편견과는 달리 오히려 흑인 친구들이 더 능글맞고 친하게 잘 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TV 나 컴퓨터에서만 보던 흑인친구들과 말도 해보고 미국식(?) 인사도 해보니 신기했습니다. 미국에서의 학교생활은 한국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쫓기듯이 공부하는 한국의 고등학교와는 달리 미국 고등학교의 분위기는 한층 여유가 있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각 학교마다 있는 각종 클럽 또는 스포츠 클럽에 참여하며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친구들이 좋게 보였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서 즐겨 하던 축구 클럽에 가입을 해 취미가 같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 좋았습니다. 여기서의 축구는 한국에서 친구들과 팀을 짜서 재미로 하는 축구와는 달리 학교 코치 선생님의 지도하에 좀더 체계적인 축구를 배우게 되어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연습이 매일 방과후 2시간 반 동안 있었기에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아마 미국에서의 10개월 동안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은 추억인 것 같습니다. 비록 학교 팀이 지역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마지막 2012 학교 축구 시상식에서 최고 공격수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이처럼 미국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갖 동아리 활동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하나는 꼭 참여하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특히 수학 팀은 한국 친구들이 워낙 수학을 잘하다 보니 상을 받기 쉬워 참여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학교대표로 대회에 나가 트로피를 받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학교 끝나고 호스트 집에 와 빈둥거리는 것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바쁘게 사는 것이 훨씬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지나고 보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수학 팀과 축구팀 두 클럽에 참여해 한동안은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서의 성적 문제는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제가 지내던 곳은 교육열이 별로 높지 않아 좋은 점수를 얻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또 지역에 따라 지역 악센트가 있기 때문에 첫 몇 날은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들이 잘 이해가 안되고 힘들었지만 조금 후에는 어느 정도 수업에 집중하는 데에 큰 어려움 없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수업시간에만 성실하게 임하면 선생님도 점수를 후하게 주셔서 좋은 점수를 그다지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사는 일년이 마냥 즐겁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도 스스로 잘 이겨내고 이런 저런 일도 겪다 보니 한국에서의 학교, 학원,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에서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 같아 10개월 동안 적응을 잘 못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버리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많이 했지만 다행히도 좋은 호스트 가정도 만나고 주위 사람들도 다정하고 좋으셔서 정말 좋은 시간이고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학교 진도를 따라 가느라 다른 친구들 보다 힘들 수 있지만, 저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부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는 시야나 다른 친구들은 하지 못하는 다른 경험을 한 것 같아 교환학생 참가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